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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딸, 눈 온다. 일어나”
우리 동네에 눈이 오는 날이면 언제나 엄마는 무슨일이라도 난 것처럼 나를 깨웠다.
그러면 나는 무슨일이라도 난 것처럼 벌떡 일어나 수면바지 위에 점퍼만 걸치고 대문을 뛰쳐나가곤 했다.
다른 곳에서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우리 동네는 그렇게 시끄럽지 않았다. 특히나 눈은 더욱 그랬다. 겨울 내내 눈을 못 볼 때도 많았으니까.
나는 마음껏 눈을 구경한다. 아무리 눈이 많이 내려도 아무도 눈을 치우지 않는 이유는 곧 사라질 것임을 다들 알기 때문일 것이다.
보송보송 내려오며 쌓일 일 없이 사라져버리는 눈이 얼마나 아쉬운지 몰랐는데,
2020년 12월 겨울에는 눈이 왔다. 그리고 2021년 1월에도 눈이 펑펑 내린다.
이제는 엄마가 깨워주지 않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눈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 밖으로 뛰쳐나간다.
눈을 맞는다. 차갑고 시린 눈이 내 얼굴 위로, 손 위로, 도로 위로 쏟아져 내린다.
눈오는 거리를 휘적휘적 걷고 있으면 눈을 바삐 치우는 사람들로 거리는 분주하다. 우리네 바쁜 삶에 내리는 눈은 그렇게 반가운 존재는 아닌 것 같다.
한동안은 눈이 와도 그 시절 아쉬운 마음은 없겠다. 그래도 눈 오던 날의 모습들이 잊힐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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