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2019년 12월 15일 대림3주일.
대림 待臨
1.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降臨)을 기다리고 준비함.
2. 같은 말 : 대림절(예수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성탄 전 4주간)
부활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나는 한 달 전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때로는 단순하고 명료하게 그 순간을 기다리는 설렘이고, 때로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압박같은 느낌이랄까?
매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하면 꼭 하는 다짐 하나, '그래, 내년에는 주일미사를 꼭 빠지지 않고 가야지!'.
얼마 가지 않아 실패하지만.
올해는 특히 더 내 마음대로 성당을 다녔다. 언젠가 고해성사를 볼 적 신부님께서 성당이 니 맘대로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 아냐고 다그친 적이 있었다. 그 땐 그때의 사정이 있어 억울하고 서운해 펑펑 울었는데, 요즘은....
정말 난 내 마음대로 성당을 가기도 하고 안 가기도 하고 누가 왜 안가냐고 물으면 '그냥 가기 싫어'라고 말해버리기도 하고...
어쩌다가 마음이 내켜 성당에 갈 때면 발걸음 하나 하나 신부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게 맞는 말인 줄 알면서도 성당이 내게서 더욱 멀어졌다. '내 마음대로 못오면 그냥 안 갈래' 따위의 마음이 생겨버렸다.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 내게 일주일에 한 번씩 날아오는 초대장인 걸 알면서도, 거부했다.
아직 나의 신앙은 성숙한 형태는 아닌가보다.
그러다가도 11월이 되면, 난 마치 내일이 크리스마스라도 되는 것마냥 신나기도 하지만,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단 하나
'판공성사 봐야되는데'.
내 맘대로 성당을 다니는 나에겐 너무나 큰 짐이고 숙제고 해결해야할 문제.
죄 많은 평신도는 이렇게 고해성사가 크고 무겁고 두렵고, 부끄럽다.
수많은 고해에도 그 문앞에만 가면 왜 이렇게 두렵고 부끄러울까? 내가 차마 내 입으로 말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나의 행동과 말을 그분은 다 알고계실텐데, 내가 쭈뼛쭈뼛 죄들을 합리적으로 내세우며 하는 또다른 잘못을 다 알고계실 그 분 앞에 나는 아직도 다 솔직하지 못하고 망설인다. 솔직하지 못한 고해이기 때문에 나는 늘 부끄럽다. 그럼에도! 고해성사를 보러간다. 왜냐하면 나는 신자니까.
<명동성당 판공성사 보는 곳 : 성당정면에서 오른쪽으로 쭉 가면 어떤 건물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안내문이 적혀있음>
일부러 사람많은 곳을 찾아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해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을 보면 뭔가 안심이 된다.
'나만 죄지은 게 아니구나'같은? 바보같다.
어쨋든, 올해 나의 판공성사는 명동대성당으로 정했다. 내 맘대로 다니는 성당 중 하나. 저번에도 고해성사 보려고 일찍 갔는데 ㅎ 어디서 보는 지 몰라서 그냥 미사만 드렸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고해성사 장소도 파악하고 2시간 미리 가서 여유롭게(?) 근처 카페에서 약간의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아차! 명동성당엔 사람이 엄청 많다는 사실을 ^^; 고해성사 보러가서 생각했다. 카페에서 성찰할 필요가 없었다. 최소 60명은 기다린 듯 하다. 고해성사를 보고 7시 미사를 보겠다는 다짐이 ... 카페에서 여유부리는 바람에, 생각지 못했던 수많은 인파에 사라질 것 같았다. ㅠ.ㅠ 총 3분의 신부님이 성사를 봐주시고 계셨는데,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줄이 줄어서 7시쯤에 가까스로 고해성사를 볼 수 있었다. (미사를 보고 가라는 ㅋㅋㅋ 하느님의 큰 그림)
고해성사의 내용을 말하진 않겠지만, 묵은 체증이 해결되 듯 무거운 마음이 깃털같이 느껴졌다. 숙제같은 성사를 보고 나올 때 발걸음이란. 이렇게 고해성사를 드리고 오랜만에 미사를 볼때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곤했는데, 다행히도 ㅎ 무사히 7시 미사를 마치고 기도도 드렸다. 신부님께선 분홍색 제의를 입으시며 대림시기 색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 지금 어떤 색에 있냐고. 나는 보라색? ㅎㅎ .. 대림3준데.... ㅋㅋㅋㅋㅋㅋㅋㅋ보라색이면 어떡하니.. ㅠ
마음이 한결 가볍다. 드디어 진짜 크리스마스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고, 나의 기다림이 정당해진 것 같고, 나를 초대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몸소 찾아주신 길 잃은 한 마리 양이라도 된 마냥 기쁘다. 나의 신앙은 아직 미성숙할지라도, 사랑과 감사함은 진실하다. 내게 좋은 일에 그 분이 함께하심에 감사하고, 내가 죄지을 때 그 분이 보심이 두렵고, 나를 사랑하며 평화를 주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나는 또 다짐한다.
신부님의 말씀처럼, 내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 주일미사를 꼭 빠지지않고 가야지!! ㅋㅋ 벌써부터 고해성사를 기다리는 나의 모습이 눈에 선하지만, 다짐은 해본다! 아멘
* 명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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