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갔어, 버나뎃 where'd you go, bernadette
<마리아 셈블>
굿모닝 팝스에서 스크린영어로 배웠던 영화 '어디갔어,버나뎃'의 원작을 읽었다.
영화도 너무 재밌게 봤고 책도 재밌을 것 같아서 바로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을 안 읽은지 꽤 오래되서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걱정이 조금 되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신선한 글의 구성과 내용이 며칠만에 책을 다 읽을 수 있게 했다. 영화를 먼저 봐도 좋고 책을 먼저 봐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만, 결말은 확실히 다르다는 점.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8012
나는 영화를 먼저 봤기에 영화내용과 장면을 생각하면서 읽어나갔다. 책에서는 버나뎃의 딸 비의 관점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이 책의 신선한 점은 누군가의 서술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다른 소설과 달리 중간 중간 책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 메모, 등장인물과 관련된 인터뷰 내용 전체, 사건과 관련있는 서류내용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한 때 천재 건축가로 불리던 버나뎃 폭스의 우당탕탕 ㅋㅋ 재기 스토리랄까 ? 너무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대략적으로는 이런 얘기이긴 하다.
영화 vs 책(원작)
1. 수린/오드리
-수린은 엘지의 회사 행정직원이자 같은 학교 학부모이다. 영화에서 수린은 MS(마이크로소프트) 에 취직한 이후 내내 엘지의 옆에 붙어 그의 일을 도와주고 학부모들 사이의 버나뎃 관련 사건이나 일을 엘지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약간의 언급과 낄 자리가 아닌데 자꾸 엘지 옆을 서성거리는 그녀를 통해 '이 여자 대체 뭔데 둘 사이를 갈라놓는거야' 같은 느낌이었는데, 확실히 책을 보니 ^^;; 다 이유가 있었다. 영화에서는 눈에 보이는 따뜻한 결말을 위해 과감하게 삭제한 듯 하다. 나는 책을 읽어가며 끝부분에서 수린 덕분에 발동 심하게 걸려서 재밌게 읽긴 했다만 현실이라면 정말 짜증나겠지?
-영화보는내내 오드리 정말 싫었는데. 버나뎃이 한 일(차로 발 밟은 것)도 아니고 블랙베리덩굴도 자기가 치우라고 해놓고서. ㅋㅋ 버나뎃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싫었다. 뜬금없이 오드리 집에 가서 도와달라고 할 때 약간 오잉 싶었는데, 책에서는 원래 오드리가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도와주는 스토리일 줄이야. 그래서 차라리 수린보다는 오드리가 더 낫다.
2. 엘지
-엘지는 버나뎃 폭스의 남편이다. 버나뎃이 이렇게 완벽한 남자는 없을거라고 한 말이 이해가 안될 정도로 너무 별로다. 비의 말처럼 컴퓨터 앞에서만 일해서 그럴수도 ㅋㅋㅋ 암튼 영화내내도 진짜 남편이 맞나? 싶은, 책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3. 어디갔어, 버나뎃
-영화와 달리 책에서는 버나뎃은 완전히 실종되어버린다. 읽는 사람조차도 도대체 폭스가 어디간걸까?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라고 느낄 정도로 비(버나뎃의 딸)와 함께 버나뎃을 찾는 여정에 오를 정도다. 책은 다 끝나가는데 버나뎃은 찾지 못했고 ㅠ^ㅠ 읽으면서 아니 정말 책에서는 버나뎃이 죽어버린게 아닐까? ㅋㅋ 싶을 정도로 종이가 몇 장 안 남아있었다.
-영화를 먼저 보긴했지만, 케이트 블란쳇의 버나뎃은 정말 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커다란 선글라스와 실크스카프, 딸에게는 한 없이 다정하지만 각다귀들에게 대하는 당당한 태도들과 연기력, 미모까지.
-우리 모두는 조금씩 버나뎃 스러운 반사회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나뎃의 시애틀에 대한 불평과 비난은 꽤 합리적이여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버나뎃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그녀의 딸 비 뿐이다.
4. 결말
-끝부분에서는 정말 몰아치듯이 다 읽고나서 혹시 이야기가 더 남은게 아닌가? 라고 생각해서 페이지를 넘겨봐도 이렇게 끝이 났다. 영화에서는 확실한 결말을 위해 여러가지로 내용을 편집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음, 잔잔하게 다가오던 태풍이 엄청 거칠게 휘몰아치다가 갑자기 사라진 느낌. ㅋㅋㅋ 하지만 영화에서 볼 수 없던 각각의 등장인물들과 대화내용, 여러 디테일들 덕분에 며칠 내내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마무리 지음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더 해피엔딩이라 책을 다 읽고 나서 결말은 난 영화가 더 좋았다. 수린&엘지 너무 충격이야
영화, 책 속에서 언제나 반사회적인 버나뎃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것은 그녀의 딸 '비' 뿐이다.
나는 버나뎃처럼 천재도 아니고 유명한 업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만큼 살았다면 누구나 마음속에 아직 떨쳐내지 못한 과거의 상처나 사건이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나도 그렇다. 남들이 보기에는 뭐 그럴 수도 있지, 다 지난 일인데, 아직도? 같은 과거의 일들. 그리고 새로운 도시로 떠나온 나. 그런 것들을 떨쳐내고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는 요즘이기도 하고, 어쩐지 반사회적인 버나뎃의 모습이 도시에 불평많은 내 모습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 재밌게 이 영화를 보고 책까지도 읽은 것 같다.
영화에서 버나뎃과 비가 차에서 신디로퍼의 time after time 이라는 노래를 신나게 부르다가 버나뎃이 그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다. 나는 버나뎃도 아닌데 왜 그 장면에서 같이 눈물이 났을까. 낚시 조끼를 입고 약국 소파에서 자는 일이 뭐 그렇게 대수라고 ㅋㅋ 암튼 오랜만에 재밌는 영화, 책을 알게되서 좋았다. 책은 좀 급하게 읽어서 한 번 더 천천히 읽어볼 생각이고 영화는 벌써 3번 정도 봤네 ㅋㅋ
영화도 책도 모두 추천하는 <어디갔어, 버나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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