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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interest/book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냉정과 열정사이/에쿠니 가오리

by cynthia_lee 2021.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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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보지않았던, 그리고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손때 묻지 않은 책 '냉정과 열정사이'

아쉽게도 영화'냉정과 열정사이'를 먼저 보고 책을 보게 되었지만.

책을 먼저 봤더라면, 하고 지금도 생각한다. 

 

소설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막상 완독하거나 2번 넘게 읽거나 기억에 오래 남는 책은 많이 없다.

그 몇 개 안 되는 책 중 좋아하는 책이다. 

왠지 모르게 초여름의 풀내음과 아직 따사로운 햇빛, 이슬비 내린 후의 촉촉함이 생각나는 책.

 

집에 오는 길, 어느 집 담벼락에 벌써벌써 핀 목련

p.73

-우리 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아 평화롭고 조용하고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그러나 모르는 사람끼리 어쩌다 보니 동석을 하게 된 것처럼 묘한 거리감 속에서 식사를 하였다. 눈앞에 있어도, 형제자매라도, 가슴속은 이렇게 멀다. 세계의 끝처럼.

 

p.148 

-'아오이는 나의 조이아야.' 마빈은 정직한 눈으로, 주저없이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전혀 알 수가 없다.

 

p. 225

-내내, 쥰세이와 함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인생은 다른 곳에서 시작됐지만,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끝날 것이라고.

-영원히, 쥰세이와 함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헤어질 수 없다고.

'아오이'  쥰세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면, 나는 그만큼 행복으로 충만할 수 있었다.

-이미 지난 일이란 것을 알고 있다. 약속은, 우리가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

 

p. 210

-'거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예요. 일본에 제가 있을 곳이 없었던 것처럼요.'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누군가의 가슴속. 비 냄새 나는 싸늘한 공기를 들이키며, 나는 생각한다.

나는 누구의 가슴 속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내 가슴속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누가, 있는 것일까.

쥰세이가 보고 싶다, 고 생각했다. 쥰세이를 만나 얘기하고 싶다. 다만 그뿐이었다.

 

중고서점에서 구매가능, 종이책은 절판이라고 나옴

유난히도 이 책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또 내가 실제로 느끼는 감정, 그리고 아오이를 통해서 느끼는 감정이 매우 세심하게 글로 드러나 있어서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때로 나는 쥰세이보다 마빈의 입장에서 아오이를 보곤 했는지 담아두고자 했던 부분들 중 아오이를 향한 마빈의 사랑이 느껴지는 것들이 꽤 많았다. 그건 나중에 보고서야 알았다. ㅋㅋ 왠지 모르게 쥰세이는 얄미워서.

차분하고 싶을 때 또는 그냥 선선한 바람 맞으면서 조용히 읽기 좋은 책. 그렇다고 나는 아오이처럼 한 번 영원할 것처럼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아오이와 쥰세이가 완전히 헤어졌다고 할 순 없지만~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으니까 ^^;;; 

 

요즘같이 여러가지 번잡한 일들로 머리도 마음도 신체도 다 산만스러울 때 조용한 곳에서 읽고 싶은 책인데, 나한테 그럴 시간이나 허락될런지, 갑자기 또 우울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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