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굴을 지나면서_문태준
늘 어려운 일이었다
저문 길 소를 몰고 굴을 지난다는 것은
빨갛게 눈에 불을 켜는 짐승도 막상 어둠 앞에서는 주춤거린다
작대기 하나를 벽면에 긁으면서 굴을 지나간다
때로 이 묵직한 어둠의 굴은 얼마나 큰 항아리인가
입구에 머리 박고 소리지르면 가끔 그 소리 나의 소리 아니듯이
상처받는 일 또한 그러하였다
한 발 넓이의 이 굴에서 첨벙첨벙 개울에 빠지던 상한 무르팍 내 어릴 적 소처럼
길은 사랑할 채비 되어 있지 않은 자에게 길 내는 법 없다
유혹당하는 마음조차 용서하고 보살펴야 이 굴 온전히 통과할 수 있다
그래야 이 긴 어둠 어둠 아니다
내 다이어리 첫 장에 고이고이 써놓은 시
처음 이 글을 어디서 봤을 때 그 땐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딘가 구석에 적어놓은 이 글을 꺼내보고 꺼내보고 읽어보면서
이제 그 긴 어둠 어둠 아니게 채비하는 나
728x90
반응형
'취미 interest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냉정과 열정사이/에쿠니 가오리 (0) | 2021.03.25 |
---|---|
21.02.28 명상록_죽음에 대하여7_p.47 (0) | 2021.02.28 |
21.01.27 명상록 (0) | 2021.01.27 |
20.02.27 명상록 (0) | 2020.02.27 |
19.11.21 명상록 (0) | 2019.1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