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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interest/book

시1,굴을 지나면서_문태준

by cynthia_lee 2019.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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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을 지나면서_문태준

 

늘 어려운 일이었다

저문 길 소를 몰고 굴을 지난다는 것은

빨갛게 눈에 불을 켜는 짐승도 막상 어둠 앞에서는 주춤거린다

작대기 하나를 벽면에 긁으면서 굴을 지나간다

때로 이 묵직한 어둠의 굴은 얼마나 큰 항아리인가

입구에 머리 박고 소리지르면 가끔 그 소리 나의 소리 아니듯이

상처받는 일 또한 그러하였다

한 발 넓이의 이 굴에서 첨벙첨벙 개울에 빠지던 상한 무르팍 내 어릴 적 소처럼

길은 사랑할 채비 되어 있지 않은 자에게 길 내는 법 없다

유혹당하는 마음조차 용서하고 보살펴야 이 굴 온전히 통과할 수 있다

그래야 이 긴 어둠 어둠 아니다

 

 

내 다이어리 첫 장에 고이고이 써놓은 시

처음 이 글을 어디서 봤을 때 그 땐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딘가 구석에 적어놓은 이 글을 꺼내보고 꺼내보고 읽어보면서

이제 그 긴 어둠 어둠 아니게 채비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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