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감히 행복할 자격이 있을까?
사진 속 시간이 흘러가는 곳에서, 나는 너무 행복했다. 너무 무지했다. 너무 해맑았다.
내게는 더 이상의 큰 고통 같은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이 너무 달콤한 도피처라서, 내가 언제까지나 그 도피처 안에 머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현실은 지독하게 슬프다.
나는 너의 사진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리고 때때로 그 누군가의 사진은 삭제하기도 하고 그냥 대충 넘기기도 한다.
너만은 달라.
내 시선이 머무를 때면 나는 또 왈칵 울음을 쏟아낸다.
어차피 울어봤자, 이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쏟아진다.
아냐, 다 소용없어 얼른 휴지로 눈물을 닦아봐도 너는 이제 없다. 그게 현실이지
내가 행복한 동안 너의 시간은 나의 5배를 흘러갔으니까.
그런 내가 감히 행복하려고,
요즘의 나는 행복의 max를 끊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새로운 설렘, 새로운 사랑. 타인의 행복을 오롯이 나의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사랑. 그렇게 웃고 행복하게 사랑을 느끼는 동안은 그런 슬픔 같은 거 떠올라도 금방 흘려보내버린다.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애써 무던한 척, 덤덤한 척,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이유도 형태도 근원도 없는 우울이 분명 더 힘든 것이라 책에서 배웠는데, 내 확실한 슬픔에는 해결책이 없다. 그저 살아갈 수밖에
그래서 나는 또 네 사진을 흘려보내며 내 자신에게 묻는 것이다.
네가 감히 행복해? 네가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어. 그건 완전한 나의 죄책감
묻어둬야지 깊숙이 그럼 네가 더 슬플까?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늘 사랑을 채워주는 존재들에게 사랑을 채우러 가야지.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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